장면과 장면을 잇는 마법, 트랜지션 이야기

장면과 장면을 잇는 마법, 트랜지션 이야기
영화를 볼 때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어? 방금 낮이었는데 갑자기 밤이네?"
주인공이 학교에 있다가 다음 순간 집에 와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연스럽죠.
그 비밀이 바로 트랜지션이에요.
트랜지션이 뭐예요?
트랜지션은 장면과 장면을 이어주는 방법이에요.
영어로 transition. 우리말로는 '전환'이라고 해요. 넘어간다는 뜻이죠.
책을 떠올려 볼까요? 책은 페이지를 넘겨요. 영화는 페이지가 없어요. 대신 장면을 바꿔요. 그 바꾸는 방법이 트랜지션이에요.
이 일은 영화를 다 찍은 다음에 해요. 이걸 편집이라고 불러요.
영화는 조각으로 만들어져요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줄게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찍지 않아요.
오늘은 마지막 장면을 찍고, 내일은 첫 장면을 찍어요. 순서가 뒤죽박죽이에요.
왜냐고요? 같은 장소에서 찍을 장면들을 몰아서 찍는 게 훨씬 편하거든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면 수천 개의 조각이 남아요.
이 조각들을 순서대로 붙이는 사람이 편집자예요. 레고 블록을 설명서대로 조립하는 것과 비슷해요.
편집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조각을 하나씩 붙여요. 그리고 조각과 조각 사이에 어떤 트랜지션을 쓸지 고민해요.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컷
영화에서 제일 많이 쓰는 트랜지션은 뭘까요?
바로 컷(Cut)이에요.
컷은 정말 단순해요. 그냥 뚝 끊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요. 아무 효과도 없어요.
손뼉을 한 번 쳐보세요. 짝!
그 순간처럼 빠르게 바뀌는 거예요.
"에이, 그게 무슨 기술이에요?"
그런데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우리 눈도 원래 그렇게 움직이거든요.
지금 왼쪽을 보세요. 그다음 오른쪽을 보세요. 중간이 흐릿하게 섞였나요? 아니죠. 그냥 바로 바뀌었어요.
컷은 우리 눈이 하는 일과 똑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러워요.
영화의 90퍼센트 이상은 컷으로 이어져 있어요.
그럼 다른 방법은 왜 써요?
좋은 질문이에요.
다른 트랜지션은 특별한 말을 하고 싶을 때 써요.
세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기분을 전하고 싶을 때. 슬픈 느낌, 꿈꾸는 느낌 같은 거요.
둘째,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알려주고 싶을 때. 하루가 지났거나, 십 년이 지났거나요.
셋째, 이야기의 한 부분이 끝났다고 알려주고 싶을 때. 책의 챕터가 끝나는 것처럼요.
이제 대표적인 방법 세 가지를 배워볼게요.
세 가지 트랜지션 한눈에 보기
디졸브: 두 장면이 녹아서 섞여요
디졸브(Dissolve)는 앞 장면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뒷 장면이 서서히 나타나는 방법이에요.
중요한 건 두 장면이 잠깐 동시에 보인다는 거예요.
물컵에 설탕을 넣어본 적 있나요? 설탕이 스르르 녹아서 물과 하나가 되죠. dissolve는 원래 '녹다'라는 뜻이에요.
또 다른 비유도 있어요. 얇은 종이 두 장을 겹쳐서 창문에 대보세요. 두 그림이 함께 보이죠? 딱 그 느낌이에요.
디졸브는 언제 쓸까요?
주인공이 눈을 감고 옛날을 떠올려요. 그러면 얼굴이 스르르 사라지고, 어린 시절 모습이 스르르 나타나요.
말없이 이렇게 알려주는 거예요. "지금부터는 추억이야."
여행 장면에도 많이 써요. 산 사진이 녹고, 바다 사진이 녹고, 도시 사진이 나타나요. 며칠 동안 여행했다는 걸 몇 초 만에 보여줄 수 있어요.
디졸브의 느낌을 한마디로 하면? 부드럽고 몽롱해요.
페이드: 화면이 깜깜해졌다가 밝아져요
페이드(Fade)는 화면이 서서히 검게 변하거나, 검은 화면에서 서서히 밝아지는 방법이에요.
두 종류가 있어요.
페이드 아웃은 장면이 점점 어두워져서 완전히 까매지는 거예요.
페이드 인은 까만 화면에서 그림이 점점 나타나는 거예요.
디졸브와 뭐가 다를까요?
디졸브는 두 장면이 서로 섞여요. 페이드는 장면이 검은색과 섞여요. 그래서 중간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순간이 있어요.
잠들 때를 떠올려 보세요.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세상이 어두워지고, 까매져요. 그게 페이드 아웃이에요.
아침에 눈을 뜰 때는요? 깜깜하다가 빛이 들어오고 방이 보여요. 그게 페이드 인이에요.
페이드는 큰 마침표 같은 거예요.
영화 맨 처음에 페이드 인으로 시작해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맨 끝에 페이드 아웃으로 끝나요.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중간에도 쓸 수 있어요. 그러면 "여기까지가 1부예요"라는 뜻이 돼요. 책의 챕터가 끝나는 것과 같아요.
와이프: 밀어서 지워요
와이프(Wipe)는 선 하나가 화면을 가로지르면서 앞 장면을 밀어내는 방법이에요.
wipe는 '닦다'라는 뜻이에요.
비 오는 날 자동차 앞유리를 떠올려 보세요. 와이퍼가 스윽 지나가면 빗물이 닦이고 앞이 보이죠? 이름이 비슷한 이유가 있어요.
칠판 지우개로 그림을 지우면서 새 그림이 나타난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와이프는 방향이 여러 가지예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동그랗게 퍼지면서, 별 모양으로도 할 수 있어요.
와이프는 다른 트랜지션과 성격이 달라요.
디졸브와 페이드는 숨어 있어요. 자연스러워서 눈치채기 어려워요.
와이프는 대놓고 보여요. "나 지금 장면 바꾸는 중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지한 영화보다는 밝고 신나는 작품에 잘 어울려요. 예능 프로그램이나 만화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매치 컷: 모양을 이어붙여요
재미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어요. 매치 컷(Match cut)이에요.
match는 '맞추다'라는 뜻이에요.
앞 장면과 뒷 장면에 비슷하게 생긴 것을 놓고 바꾸는 거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아이가 동그란 공을 하늘로 던져요. 공이 화면 가운데 떠 있어요. 그 순간 컷! 다음 장면은 동그란 보름달이에요.
공과 달은 완전히 다른 물건이에요. 그런데 둘 다 동그래요. 그래서 눈이 자연스럽게 따라가요.
이건 마술 같아요. 아무 효과도 안 썼는데 두 장면이 딱 붙어 버려요.
L컷: 소리가 먼저 넘어가요
마지막으로 L컷(L cut)을 알려줄게요.
이건 좀 신기해요. 그림과 소리가 따로 움직이거든요.
보통은 그림이 바뀔 때 소리도 같이 바뀌어요. 그런데 L컷은 달라요.
그림은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는데, 앞 장면의 소리가 아직 들려요.
예를 들어 선생님이 교실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화면이 복도로 바뀌어요. 그런데 선생님 목소리는 계속 들려요.
그러면 어떤 느낌일까요? 두 장면이 끈으로 묶인 것 같아요. 뚝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가요.
왜 L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편집 프로그램에서 그림 조각과 소리 조각을 그려보면 알파벳 L 모양이 되거든요.
정리해 볼까요?
지금까지 배운 걸 모아볼게요.
컷 — 뚝 끊고 바꿔요. 제일 많이 써요.
디졸브 — 두 장면이 녹아서 섞여요. 추억이나 시간의 흐름을 보여줘요.
페이드 — 깜깜해졌다가 밝아져요. 시작과 끝을 알려줘요.
와이프 — 선이 밀고 지나가요. 밝고 재미있는 느낌이에요.
매치 컷 — 비슷한 모양끼리 이어요. 똑똑한 방법이에요.
L컷 — 소리가 먼저 넘어가요. 부드럽게 이어져요.
가장 중요한 규칙
이 모든 방법에는 하나의 규칙이 있어요.
필요할 때만 쓰기.
화려한 효과를 잔뜩 넣으면 멋있을 것 같죠? 실은 반대예요.
글을 쓸 때 느낌표를 문장마다 붙이면 어떨까요! 이렇게요! 계속요!
피곤하죠? 트랜지션도 똑같아요.
좋은 편집자는 대부분 컷을 써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만 다른 방법을 꺼내요.
아껴 쓸수록 힘이 세지거든요.
직접 해볼 수 있어요
이 모든 걸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 영상 편집 앱에도 트랜지션 기능이 다 들어 있어요. 이름도 똑같아요. 디졸브, 페이드, 와이프.
짧은 영상 두 개를 찍어보세요. 그리고 사이에 여러 트랜지션을 하나씩 넣어보세요.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보면, 오늘 배운 게 훨씬 잘 이해될 거예요.
다음에 영화를 볼 때는 이야기만 보지 말고 이것도 살펴보세요.
"지금 장면이 어떻게 바뀌었지?"
화면이 까매졌다면 페이드예요. 두 그림이 겹쳤다면 디졸브고요.
이걸 알아채는 순간,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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