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링: 조각에서 배우기 — 3D 모델러의 오래된 선배들

3D 모델링을 처음 배우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잖아." 마우스로 점을 끌고, 화면 속 덩어리를 돌려보고, 버튼 하나로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고. 컴퓨터가 없으면 못 하는 일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돌덩이 앞에 서서, 진흙을 손에 쥐고, "이 안에서 형태를 어떻게 꺼내지?"를 고민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바로 조각가입니다.
조각은 미술 중에서 3차원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높이, 너비, 깊이 — 세 방향으로 실제 공간을 차지하죠. 화면 속이 아니라 진짜 세상에서요. 그러니까 3D 모델러에게 조각가는 남이 아닙니다. 같은 문제를 몇천 년 먼저 풀어본 선배들이에요.
조각가와 모델러는 같은 문제를 푼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조각을 하는 사람은 고민이 다릅니다. 그림은 한쪽에서만 보면 됩니다. 뒤통수를 안 그려도 아무도 뭐라 안 해요. 하지만 조각은 다릅니다. 관람객이 걸어서 뒤로 갈 수 있으니까요.
3D 모델링도 똑같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갑니다. 앞모습만 잘 만들어 놓으면 옆에서 봤을 때 얼굴이 종잇장처럼 얇은 참사가 벌어집니다. 이건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3차원이라는 조건 자체가 주는 문제예요. 그래서 해결책도 비슷합니다.

위 조각을 보세요. 한 사람이 무너지려는 순간을 붙잡아 놓았습니다. 이 조각이 유명한 이유는 얼굴이 잘생겨서가 아닙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지금 쓰러지는 중"이라는 게 읽히기 때문이에요. 앞에서 보면 팔로 버티는 게 보이고, 옆에서 보면 몸이 기울어진 게 보이고, 뒤에서 보면 등이 굽은 게 보입니다. 모든 방향이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깎아내기와 붙여나가기
조각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이게 3D 모델링의 두 방식과 정확히 짝이 맞아요.
깎아내기 — 있는 것을 덜어낸다
돌이나 나무처럼 단단한 덩어리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떼어내는 방법입니다. 감자 껍질을 깎듯이요. 이 방법의 무서운 점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번 떨어져 나간 돌조각은 다시 붙지 않아요. 그래서 조각가는 자르기 전에 오래 봅니다.
붙여나가기 — 없는 것을 더한다
진흙이나 밀랍처럼 무른 재료를 조금씩 얹어서 형태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눈사람 만들듯이요. 틀렸으면 떼어내고 다시 붙이면 됩니다. 대신 안쪽에 뼈대(심봉)를 세워두지 않으면 무게를 못 이기고 주저앉습니다.
3D 프로그램에도 같은 두 갈래가 있습니다. 큰 상자에서 면을 잘라내며 형태를 잡아가는 방식이 깎아내기 쪽이고, 디지털 점토를 붓으로 밀어 올려 부풀리는 스컬프팅이 붙여나가기 쪽입니다. 다른 점은 하나뿐입니다. 컴퓨터에는 되돌리기 버튼이 있다는 것.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돌을 깎던 사람은 실수할 수 없으니 머릿속에서 형태를 완성한 다음에 손을 댔습니다. 우리는 되돌릴 수 있으니 일단 해보고 고칩니다. 편하지만, 그래서 생각 없이 손부터 움직이는 습관이 붙기 쉽습니다.
알면 좋아지는 점
- 내가 지금 어느 방식으로 작업 중인지 알면 도구 선택이 쉬워집니다. 큰 덩어리를 잡는 단계인지, 표면을 다듬는 단계인지가 갈립니다.
- 순서가 잡힙니다. 조각가는 항상 큰 것부터 갑니다. 눈썹 한 올을 다듬기 전에 머리 전체 크기가 맞는지 봅니다.
- 막혔을 때 방향이 보입니다. 형태가 안 나오면 "더 깎아야 하나, 더 붙여야 하나"로 질문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모르면 겪는 문제
- 작은 디테일부터 손대다가 전체 비례가 틀린 걸 나중에 발견합니다. 그때는 이미 고치기에 너무 늦어요.
- 한 각도에서만 보면서 만들다가 옆으로 돌리는 순간 무너집니다.
- 도구를 계속 바꾸며 헤맵니다. 지금 필요한 게 뭔지 모르니까요.
돌은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모세상입니다. 수염 한 가닥 한 가닥이 따로 놉니다. 옷 주름은 실제 천처럼 접혀 있고요. 이걸 돌 하나에서 깎아냈습니다. 붙인 게 아닙니다.
여기서 상상해 볼 게 있습니다. 수염을 파 내려가다가 손이 미끄러지면 어떻게 될까요? 되돌리기가 없습니다. 그 돌은 끝입니다. 몇 달치 작업이 날아갑니다.
그래서 옛날 조각가들은 측정에 매달렸습니다. 진흙으로 작은 모형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실과 추를 매달아 좌표를 재고, 그 좌표를 큰 돌에 옮겼습니다. 깊이 몇 센티미터까지 계산한 다음에야 정을 댔어요.
3D 모델러가 참고 이미지를 앞·옆·위 세 방향으로 깔아놓고 작업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 사람들은 실과 추로 했고, 우리는 레퍼런스 이미지로 합니다. 먼저 재고 나중에 손댄다는 원칙은 그대로예요.
인체는 지금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
조각가들이 가장 많이 만든 건 사람입니다. 수천 년 동안요. 그 과정에서 인체의 어디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쌓였습니다. 이 지식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사람 몸이 안 바뀌었으니까요.
조각가는 정을 들기 전에 이 자리들을 먼저 표시했습니다. 3D 모델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손가락 마디를 파기 전에 팔 전체 길이가 맞는지 봐야 합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나중에 전부 다시 해야 해요.
재료가 형태를 정한다

이건 손바닥에 올라가는 크기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네쓰케라는 장식품이에요. 그 작은 덩어리 안에 호랑이 한 마리와 새끼 두 마리가 서로 엉켜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있습니다. 이 호랑이는 다리를 쭉 뻗고 있지 않습니다. 몸을 말고, 새끼들을 감싸고 있어요. 왜일까요? 작은 재료로 만들면서 다리를 뻗으면 부러지기 때문입니다. 툭 튀어나온 부분은 옷깃에 걸리기만 해도 떨어져 나갑니다.
그래서 조각가는 형태를 안쪽으로 말았습니다. 재료가 자세를 정한 겁니다. 반대편을 보죠.

이건 사람보다 몇십 배 큽니다. 강철로 만들었고, 팔이 비행기 날개처럼 옆으로 뻗어 있죠. 대리석으로 이 자세를 만들면 팔이 자기 무게로 뚝 부러집니다. 강철이라서 가능한 형태예요.
3D도 예산이라는 이름의 재료가 있습니다. 게임에 들어갈 캐릭터는 폴리곤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영화용 모델은 훨씬 여유롭죠. 같은 캐릭터라도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만드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네쓰케 조각가와 강철 조각가가 다른 선택을 한 것과 똑같습니다.
보이는 각도만 만든다

고대 아시리아의 궁전 문을 지키던 라마수입니다. 사람 얼굴에 황소 몸, 날개까지 달렸어요. 이 조각에는 재미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다리가 다섯 개예요.
실수가 아닙니다. 정면에서 보면 두 다리로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옆에서 보면 네 다리로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고요. 문 옆에 붙어 있으니 관람객은 앞 아니면 옆에서만 봅니다. 두 시점 각각을 만족시키려고 다리를 하나 더 넣은 겁니다.
정직한 3차원 형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속임수죠. 하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습니다. 보는 위치에서 제대로 보이니까요.
게임 배경 건물의 뒷면을 안 만드는 것, 멀리 있는 물체를 대충 만드는 것 — 전부 같은 판단입니다. 카메라가 안 가는 곳에 시간을 쓰지 않는 것. 3천 년 전 사람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땅에 그린 조각

언덕에 흰 말이 있습니다. 페인트로 칠한 게 아닙니다. 잔디를 걷어내서 밑에 있던 흰 돌을 드러낸 겁니다. 여기서도 깎아내기가 쓰였어요. 다만 재료가 언덕 전체였을 뿐입니다.
이 말은 가까이서 보면 알아볼 수 없습니다. 너무 커서 무슨 모양인지 모르거든요. 멀리 떨어진 도로에서 봐야 말로 보입니다. 그래서 만든 사람들은 비탈에 맞춰 형태를 늘렸습니다. 비탈면은 아래에서 보면 눌려 보이니까요. 정확한 말 비율로 그렸으면 아래에서 봤을 때 납작한 말이 됐을 겁니다.
이것도 3D에서 하는 일입니다. 캐릭터 얼굴을 만들 때 카메라 렌즈에 따라 코 길이를 조정하고, 하늘 높이 있는 오브젝트를 아래에서 볼 걸 알면 비례를 손봅니다. 실제 형태보다 보이는 형태를 우선하는 것이죠.
도구는 바뀌고 문제는 남는다
정으로 돌을 쪼든, 손가락으로 진흙을 밀든, 마우스로 점을 끌든 — 부딪히는 질문은 똑같습니다.
- 이 덩어리는 뒤에서 봐도 말이 되는가
- 비례가 맞는가, 아니면 눈이 편해서 맞다고 착각하는 중인가
- 이 재료로 이 형태가 버티는가
- 관람객은 어디에 서 있는가
- 지금 큰 것을 하고 있는가, 작은 것에 매달려 있는가
조각가들은 이 질문에 수천 년치 답을 쌓아뒀습니다. 되돌리기 버튼 없이요. 그러니 3D 모델링이 막힐 때는 조각을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소프트웨어 튜토리얼에는 없는 답이 거기 있거든요.
박물관에 가면 조각 앞에서 한 바퀴 돌아보세요. 앞에서 한 번, 옆에서 한 번, 뒤에서 한 번. 그 사람이 어느 각도를 신경 썼고 어느 각도를 포기했는지가 보입니다. 그게 여러분이 다음 모델링에서 내려야 할 판단과 같은 판단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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