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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이 — 계속할 이유를 어디서 찾는가

이키가이 — 계속할 이유를 어디서 찾는가

어떤 날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왜 아침에 일어나서 이걸 하고 있지?"

일본에는 이 질문에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키가이(生き甲斐). 대충 옮기면 "살아가는 보람"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이키가이가 뭔가요?

거창한 인생 목표가 아닙니다. 훨씬 작아도 됩니다.

일본 오키나와의 할머니들에게 이키가이를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친구들이랑 차 마시는 것", "손주 밥 해주는 것", "밭에 나가는 것." 노벨상 같은 게 아닙니다. 그냥 내일도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이키가이는 "이키루(살다)"와 "가이(보람, 값어치)"를 붙인 말입니다. 그러니까 직역하면 "사는 값어치"에 가깝습니다. 뭔가 대단한 사명을 찾으라는 말이 아니라, 내 하루에 값어치를 붙여주는 게 뭔지 알아보라는 말입니다.

서양에서 유명해진 그 동그라미 네 개

인터넷에서 "이키가이"를 검색하면 거의 항상 이 그림이 나옵니다. 동그라미 네 개가 겹쳐 있고, 한가운데에 "IKIGAI"라고 적혀 있는 그림입니다.

이키가이를 설명하는 벤 다이어그램.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돈이 되는 일 네 개의 원이 겹치는 한가운데가 이키가이로 표시되어 있다.
An example of a Ikigai diagram · 출처: 이키가이 — 계속할 이유를 어디서 찾는가

네 개의 동그라미는 이렇습니다.

  • 좋아하는 일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
  • 잘하는 일 — 남들보다 손이 빠른 것
  •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 누군가 "이거 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것
  • 돈이 되는 일 — 값을 치르고 사가는 것

네 개가 다 겹치는 한가운데. 거기가 이키가이라는 겁니다.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습니다. 이 동그라미 그림은 일본에서 온 게 아닙니다. 서양에서 만들어져 널리 퍼진 그림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이키가이는 훨씬 소박합니다. 돈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습니다. 아침 산책도 이키가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그림이 쓸모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사람에게는 내 상태를 진단하는 체크리스트로 꽤 잘 작동합니다.

이키가이 — 계속할 이유를 어디서 찾는가 도식

동그라미 하나가 빠지면 생기는 일

재미있는 건 여기입니다. 네 개가 다 있어야 좋은 게 아니라, 하나가 빠질 때마다 서로 다른 종류의 괴로움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작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돈만 빠졌을 때

좋아하고, 잘하고, 누가 필요로도 합니다. 그런데 돈이 안 됩니다.

주말마다 만드는 개인 프로젝트가 여기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댓글도 달립니다. 근데 통장은 그대로입니다. 처음엔 신나지만, 어느 순간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즐겁긴 한데 계속할 수가 없습니다.

좋아함만 빠졌을 때

잘하고, 필요하고, 돈도 됩니다. 그런데 하기 싫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5년 다룬 툴이라 눈 감고도 합니다. 회사도 좋아하고 월급도 나옵니다. 근데 아침에 그 프로그램 아이콘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서, 남한테 설명하기가 제일 어려운 종류의 괴로움입니다.

잘함만 빠졌을 때

좋아하고, 필요하고, 돈도 되는데 실력이 안 따라줍니다.

새 분야로 넘어온 사람이 딱 여기 있습니다. 하고 싶은 그림은 머릿속에 선명한데 손이 못 따라갑니다. 이건 사실 시간이 해결해주는 유일한 경우입니다. 나머지 셋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필요가 빠졌을 때

좋아하고, 잘하고, 돈도 벌리는데 아무도 안 찾습니다.

이게 제일 조용하게 사람을 갉아먹습니다. 만들긴 만드는데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텅 빈 방에 대고 말하는 기분이 계속됩니다.

이키가이 — 계속할 이유를 어디서 찾는가 도식

작업하는 사람에게 이게 왜 쓸모 있나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일이 힘들 때 우리는 보통 "나 번아웃인가" 하고 뭉뚱그립니다. 그리고 쉬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쉬고 와도 똑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합니다. 문제가 "피곤함"이 아니라 "어느 조각이 빠졌는지"였기 때문입니다.

배가 아픈데 이유를 모르면 그냥 누워 있는 것밖에 못 합니다. 뭘 잘못 먹어서인지 알면 그것만 안 먹으면 됩니다. 이키가이 네 조각은 내 답답함에 이름을 붙여주는 도구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씁니다

진행 중인 작업을 하나 떠올립니다. 그리고 네 가지를 각각 0점에서 5점으로 매깁니다.

  1. 이거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나? (좋아함)
  2. 이거 남들보다 잘하나? (잘함)
  3. 누가 이걸 기다리나? (필요)
  4. 이걸로 값을 받나? (돈)

점수를 매기면 대부분 제일 낮은 칸 하나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게 지금 손봐야 할 곳입니다.

돈이 0점이면 → 유료화든 외주든, 값을 받을 방법을 하나만 만들어봅니다.
필요가 0점이면 → 완성하기 전에 세 명한테만 보여줍니다.
좋아함이 0점이면 → 같은 일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늘릴 수 있는지 봅니다.
잘함이 0점이면 → 이건 그냥 더 하면 됩니다.

알아두면 좋아지는 점

답답함을 남한테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요즘 좀 힘들어"는 아무도 못 도와줍니다. "지금 내 일에 반응이 하나도 없어서 방향을 못 잡겠어"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만둘 일과 고칠 일을 구분하게 됩니다. 네 조각 중 셋이 살아 있다면, 그건 그만둘 일이 아니라 한 칸을 채우면 되는 일입니다. 반대로 좋아함과 잘함이 둘 다 0점이면, 오래 붙잡을수록 손해입니다.

"가운데"만 쳐다보지 않게 됩니다. 네 개가 다 겹치는 완벽한 자리는 평생에 몇 번 안 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 칸짜리 자리에서 삽니다. 그게 실패가 아니라 정상입니다.

모르면 겪는 문제

엉뚱한 처방을 합니다. 반응이 없어서 지친 건데 실력 부족인 줄 알고 강의만 계속 삽니다.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빠진 칸이 다른 칸이었으니까요.

다 내 탓으로 돌립니다. 조각 하나가 비어 있는 건 구조의 문제인데, 이름을 모르면 "내가 의지가 약해서"로 결론이 납니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계속 옮겨 다니게 됩니다. 어느 칸이 비었는지 모른 채 자리를 바꾸면, 새 자리에서도 같은 칸이 또 비어 있습니다. 세 번쯤 겪고 나서야 "아, 내가 매번 이걸 안 챙겼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오해 하나

이키가이를 "찾아야 하는 보물"처럼 다루는 글이 많습니다. 어딘가에 숨어 있고, 못 찾은 사람은 뒤처진 것처럼 말합니다.

원래 뜻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키나와 할머니의 이키가이는 밭이었습니다. 매일 나가는 밭. 대단해서가 아니라 내일도 나갈 곳이 있어서 이키가이였습니다.

작업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인생을 건 단 하나의 사명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 아침에도 열어보고 싶은 파일이 하나 있으면, 그날의 이키가이는 이미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파일이 왜 열고 싶은지 알면, 다음 파일도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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