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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 보상 심리: 숏폼(쇼츠·틱톡) — 무한 스크롤의 도파민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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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숏폼(쇼츠·틱톡) — 무한 스크롤의 도파민 설계

손가락이 멈추지 않는 이유

딱 하나만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있어요.

쇼츠나 틱톡을 본 적이 있다면, 이 기분을 알 거예요. 손가락이 저절로 화면을 쓸어 올려요. 멈추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이건 여러분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에요. 앱이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그 비밀 장치를 하나씩 뜯어볼 거예요.

틱톡과 쇼츠는 뭐가 다를까?

틱톡은 짧은 영상을 올리고 보는 앱이에요. 영상 길이는 3초부터 60분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짧아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도 비슷한 방식이에요.

이런 짧은 영상을 통틀어 "숏폼"이라고 불러요. 짧다는 뜻의 영어 단어예요.

보통 영상은 내가 골라서 봐요. 그런데 숏폼은 달라요. 내가 고르지 않아요. 화면을 쓸어 올리면 앱이 다음 영상을 알아서 골라 줘요. 여기에 첫 번째 비밀이 숨어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틱톡 본사 건물
TikTok headquarters in Culver City, California , June 2024 · 출처: 숏폼(쇼츠·틱톡) — 무한 스크롤의 도파민 설계

도파민: 뇌 속의 "더 줘!" 신호

우리 뇌에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있어요. 흔히 "기쁨 물질"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조금 달라요.

도파민은 좋은 것을 받았을 때보다, 좋은 것이 올 것 같을 때 더 많이 나와요.

선물 상자를 떠올려 보세요. 상자를 열기 전, 두근두근할 때가 제일 신나요. 열고 나면 오히려 김이 좀 빠지죠. 도파민은 바로 그 "두근두근"을 만드는 물질이에요.

도파민이 하는 말은 간단해요. "방금 그거 좋았어! 한 번 더 해!"

뽑기 기계와 똑같은 원리

숏폼의 핵심 장치는 뽑기 기계와 같아요.

뽑기 기계를 돌리면 무엇이 나올지 몰라요. 꽝일 수도 있고, 대박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자꾸 또 돌리고 싶어져요.

과학자들이 알아낸 재미있는 사실이 있어요. 매번 똑같은 상을 주면 금방 질려요. 그런데 가끔, 언제 나올지 모르게 상을 주면 멈추기가 훨씬 어려워져요. 이걸 어려운 말로 "변동 보상"이라고 해요.

숏폼이 딱 이래요. 재미없는 영상이 세 개 지나가도, "다음엔 재밌는 게 나올지 몰라" 하는 기대 때문에 손가락이 또 움직여요. 그 기대의 순간마다 도파민이 나오고요.

무한 스크롤: 끝을 없애 버린 설계

책에는 마지막 장이 있어요. TV 방송에는 끝나는 시간이 있어요. "끝"이 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멈춰요.

그런데 숏폼에는 끝이 없어요. 쓸어 올리면 새 영상, 또 쓸어 올리면 또 새 영상. 이걸 "무한 스크롤"이라고 해요.

밥그릇에 비유해 볼게요. 그릇이 비면 "다 먹었네" 하고 숟가락을 놓아요. 그런데 아무리 먹어도 계속 채워지는 마법 그릇이라면? 언제 멈춰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무한 스크롤은 절대 비지 않는 그릇이에요.

멈출 신호가 없으니, 멈추는 일은 온전히 내 몫이 돼요. 그리고 그건 어른에게도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도파민 · 보상 심리: 숏폼(쇼츠·틱톡) — 무한 스크롤의 도파민 설계 도식

앱은 나를 얼마나 알까?

숏폼 앱은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무섭게 들리지만 사실이에요.

어떤 영상을 끝까지 봤는지, 어디서 넘겼는지, 뭘 다시 봤는지, 어디에 하트를 눌렀는지. 이 모든 기록이 쌓여요.

이 기록으로 앱은 "이 사람은 강아지 영상에서 3초 더 머무는구나"까지 알아내요. 그리고 점점 더 내 취향에 딱 맞는 영상만 골라 줘요.

내 취향을 잘 아는 요리사가 계속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만 내오는 셈이에요. 맛있으니까 계속 먹게 되고, 계속 먹으니까 요리사는 내 취향을 더 잘 알게 되고. 이 고리는 돌수록 강해져요.

이 힘은 영상 밖 세상도 움직여요. 틱톡에서 책을 소개하는 영상이 유행하자, 진짜 서점에 그 책들만 모아 둔 코너가 생길 정도였어요.

서점에 마련된 북톡(BookTok) 인기 도서 코너
The BookTok section at a Barnes & Noble store at The Grove at Farmers Market in Hollywood, February 2022 · 출처: 숏폼(쇼츠·틱톡) — 무한 스크롤의 도파민 설계

이 구조, 알아 두면 뭐가 달라질까?

알면 좋아지는 점이 있어요. "내가 의지가 약해서 못 멈추는 게 아니라, 멈추기 어렵게 만든 설계 위에 있구나"를 알게 돼요. 그러면 자책 대신 대책을 세울 수 있어요. 시간을 정해 두고 보기, 알림 끄기, 잘 시간에 폰을 다른 방에 두기 같은 것들이요. 뽑기 기계인 줄 알고 하는 뽑기와, 모르고 하는 뽑기는 완전히 달라요.

모르면 겪는 문제도 있어요. "5분만 봐야지" 하다가 밤을 새우고, 다음 날 피곤해하면서도 왜 그랬는지 몰라요. 그냥 "내가 게을러서 그래"라고 자기를 탓하게 돼요. 그리고 도파민이 빠른 보상에 익숙해지면, 책 읽기나 숙제처럼 천천히 재미가 오는 일들이 유난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정리: 세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도파민은 "받을 때"보다 "기대할 때" 나온다. 숏폼은 그 기대를 계속 만들어 낸다.

둘째, 언제 재미있는 게 나올지 모르는 뽑기 방식이라서 멈추기 어렵다.

셋째, 무한 스크롤에는 "끝"이라는 신호가 없다. 그래서 끝은 내가 직접 정해야 한다.

숏폼이 나쁜 괴물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만 이 앱들은 아주 똑똑한 설계로 우리 뇌의 버튼을 누르고 있어요. 버튼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눌릴지 말지를 스스로 고를 수 있어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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